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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법률 상식/저작권법

카페 건물에도 저작권이 인정될까요

건축사 A가 디자인한 강원도 강릉의 유명 커피숍인 테라로사 건물은 독특하고 유려한 디자인으로 유명하여, 건축서적 등에도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건축사 B는 C로부터 카페 설계를 의뢰받고 그 디자인을 고민하던 중 위 카페 건물을 건축서적에서 보고 디자인을 모방하여 건물을 설계 및 시공하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건축사 A는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건축사 B 건축주 C 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였습니다.

건축사 B는 테라로사 건물 형태는 다른 건물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라 창작성이 없고, 디자인을 모방하지도 않았다고 항변했습니다. 또한 건축주 C는 본인이 카페 디자인을 지시한 바 없으며 이에 대해 공모한 적도 없다고 항변합니다.

 

건축사 B와 건축주 C의 형사책임은 어떻게 될까요?

 

- 건축사 B 의 책임

이에 대해 1심은 테라로사 건물에 대해 "시공이 어렵고 공간 활용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용도나 기능 자체와는 무관하다"며 "외관의 아름다움을 고려한 디자인 형태로서 전체적인 외관에 미적 창의성을 갖춘 저작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테라로사 건물은 외벽과 지붕 슬래브(철근 콘크리트 구조 바닥판)가 곡선으로 이어져 1층, 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분절 없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돼 있다. 마치 건축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판에 의해 말려 있는 것처럼 보이고,건축물 왼쪽에 1, 2층 창을 연결한 점, 돌출시킨 2층 바닥 슬래브를 제외하고는 전면부를 모두 창으로 한 점 등도 특징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건축물 외관은 2011년 건축전문도서 ‘건축세계’에 실렸고, 2012년 강원도 경관우수건축물로 선정돼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업계에서도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카페 건축물을 슬래브의 돌출 정도와 마감 각도, 양쪽 외벽의 기울어진 형태와 정도 등 여러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이 담긴 건축저작물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건축사 B가 설계 및 시공한 카페는 테라로사와의 유사성을 인정, 저작권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 같은 판단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건축주 C의 책임

다만 건축주 C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B와 공모해 피해자 건축물을 모방해 설계해 달라며 이를 도감도로 작성한 사진 등을 교부하며 피고인 B에게 건축을 의뢰하여 피해자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판결]

이하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1.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건축저작물인지 여부(상고이유 제1점)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27625 판결 등 참조).
저작권법은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건축물ㆍ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다. 그런데 건축물과 같은 건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건축분야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편의성 등에 따라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축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해자 공소외인이 설계하여 강릉시 (주소 1 생략)에 시공한 카페 '○○○○'의 건축물(이하 '피해자 건축물'이라 한다)은, 외벽과 지붕슬래브가 이어져 1층, 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형상, 슬래브의 돌출 정도와 마감 각도, 양쪽 외벽의 기울어진 형태와 정도 등 여러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다. 이처럼 피해자 건축물은 일반적인 표현방법에 따른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같은 취지에서 피해자 건축물의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판단에 건축저작물의 창작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는지 여부(상고이유 제2, 3점)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依據)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어야 하고, 침해자의 저작물과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27625 판결 등 참조).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으로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므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1도359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2013. 8. 초순부터 설계하여 사천시 (주소 2 생략)에 시공한 카페 '△△△'의 건축물과 피해자 건축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본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건축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